2023 연말정산

Dec 31, 2023

올해를 수식하자면 ”궤도에 올라서는 해“로 정리할 수 있다.
다방면으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DALL·E이 그린 '궤도에 올라서는 해'
DALL·E이 그린 '궤도에 올라서는 해'

2023 연말정산

올해 내게 의미 있었던 것들을 담백하게 정리해보았다.

올해의 프로젝트

브런치의 응원하기 프로젝트
브런치 작가에게 돈을 후원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올해 브런치 팀은 ‘응원하기’를 위해 달려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글뷰, 브런치북 등 브런치의 핵심 도메인 페이지를 뜯어고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svelte를 서비스에 잘 정착시킨 것 같아 뿌듯했다.

올해의 사이드 프로젝트

주차장 안내 서비스 오라이
개발 완료했지만 서비스 런칭까진 못한 비운의 프로젝트였다. 공공 데이터 API를 통해 실시간 주차정보를 연동했지만, 정확도가 낮아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 끝내 프로덕트를 만들었지만 팀이 이를 마케팅하고 운영할 여력이 없어 프로젝를 중단했다.

찬란별의 모바일 청첩장
누나가 결혼했다.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고 누나는 특별한 모바일 청첩장(동영상이 탑재된)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영구(?) 소장이 가능한 청첩장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쉽게 생각했었는데 브라우저 동영상 정책이 생각보다 까다로웠고, 이것저것 자잘한 기능도 많아 1달은 좀 고생했던 것 같다. 그래도 주위 지인으로부터 “봐왔던 모든 모바일 청첩장 중에서 가장 잘 만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아 무척 뿌듯했다.

bepyan.me
이전 블로그를 리뉴얼하면서 새로 탄생시켰다. 8,9월은 Next13 전환 및 디자인 시스템 개편, 10,11월은 Astro 전환을 진행하면서 완공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를 새롭게 설계하면서에 기록했다.

올해의 버그

댓글 작성 시 <div>가 노출되는 버그.
브런치 댓글 개편 작업에서 댓글 에디터를 Svelte로 리팩토링 하면서 발생한 버그이다. contentEditable DOM의 innerHTML을 파싱하여 에디터 데이터를 추출했다. 하지만 줄 바꿈 첨삭 시 브라우저 버그로 div 태그가 중첩으로 씌워지면서 파싱로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TextNode를 순회하면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큰 공사를 치르면서 이슈를 해결했다. 덕분에 텍스트 에디터에 대한 이해도가 더 깊어질 수 있었다.

올해의 오픈소스

shadcn/ui
컴포넌트 라이브러리로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준 것 같다. 컴포넌트의 조립법을 제시해줌으로써 자유도를 높여주고, 검증된 headless 컴포넌트 radix-ui를 사용하여 안정성을 높이고, shadcn의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 더해지면서 너무나 매력적인 컴포넌트 라이브러리가 되었다. 처음 발견하고 스타를 찍었을 때 2k 무렵이었는데 지금은 39.9k 되었으니 파급력이 어마 무시한 것 같다. 현재 vue, svelte 버전의 라이브러리가 따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올해의 도구

Arc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 브라우저이다. 내게 강력하게 다가왔던 기능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 탭과 즐겨찾기의 결합
  • 만능 커맨드 팔레트 cmd + T
  • 부드러운 프로필 전환

Obsidian
빠르게 확장이 가능한 노트앱이다. 제텔카스텐, PARA 노트 기법을 결합하면 엄청난 노트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다. 10월부터 본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만족도가 무척 좋았다. 옵시디언은 로컬 베이스이기에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노션보다 훨씬 반응성이 빠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서버는 localhost라는 사실!

올해의 사건

보이스 피싱
앞으로 1년은 피해복구로 보내야 할 사고를 당했다. 인간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연약한 존재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돈보다 사랑과 우정의 가치가 더 숭고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근
10, 11월에 주 3일 출근, 12일부터는 주 5일 출근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강동에서 판교까지 1시간을 잡고 출퇴근을 하는 오피스맨이 되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회사에서 일이 좀 더 잘되긴 한다. 아침이 너무 힘들뿐…

올해의 중독

중세 귀족 놀이 크루세이더 킹즈 3
여름을 함께 보내온 스팀 게임이다. 권모술수, 정략결혼, 가문의 혈통, 종교의 권한, 왕국과 제국… 내 가문에 과몰입하면서 중세 시대 당시 유럽, 중동의 문화를 만끽했다. 게임 특징상 공식적인 엔딩이 없기도 하고 인게임에서 소화해야 할 텍스트의 양이 어마 무시 했기에, ‘문명’보다도 시간을 쉽게 앗아가는 위험한 녀석이었다.

올해의 앨범

빈지노의 노비츠키(NOWITZKI)
그는 진또배기 ‘Artist’임이 틀림이 없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자신의 삶을 앨범에 기나게 담아냈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깊은 맛이 있다. 앨범 중에서 한 곡만 뽑자면 단하루를 뽑고 싶다. 서울에서 똑같이 살아가기 싫고, 하루의 모양을 꿈과 싱크로를 맞추고 싶고, 힘들 땐 친구들을 보고 싶다.

올해의 영화

놀란의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핵분열(원자폭탄, 특별, 컬러), 핵융합(수소폭탄, 일반, 흑백)로 대비시키면서 풀어나갔다. 이과인 나에게는 너무나 낭만적인 표현이었고 취향이 제대로 저격당했다. 중성자, 연쇄 작용, 프로메테우스… 하… 놀란, 그는 신이다.

올해의 책

1%를 읽는 힘
메르의 블로그를 통해서 접하게 된 경제﹒시사 도서이다. 현재의 사건을 역사, 정치, 경제 관점으로 천천히 접근하면서 문제의 핵심, 앞으로의 쟁점을 훤히 바라보게 된다.
‘코뿔소는 소인가?’ 같은 주제로 깔깔댔던 내게 ‘수니파 vs 시아파’, ‘탄소중립과 이퓨얼’, ” 등 국제시사와 경제에 대한 흥미를 끌어줬다.

올해의 말씀

기록되기를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에 떠오르지 않은 것들을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비해 주셨다” 라고 한 것과 같습니다.

고린도전서 2장 9절, 우리말성경

2024 목표

2024년의 키워드를 ’환경‘으로 정해보고 싶다.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 장자(庄子)의 가르침이 하나 있다.
言传不如身教, 身教不如境教。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몸으로 가르치는 것이 나으며, 그보다 나은 것은 환경으로 가르치는 것이니라.”를 뜻한다. 환경이 사람의 학습 태도와 학습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내가 목표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 목표를 잘 이룰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보자.

DALL·E이 그린 '주변 환경을 통한 학습'
DALL·E이 그린 '주변 환경을 통한 학습'

꾸준히 글을 쓰는 환경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선 꾸준히 글을 작성하면서 내공을 쌓아야 한다.

하루키의 법칙.
다른 말로 저중량 고반복 루틴. 꾸준하게 하루에 딱 30분만 글을 쓴다. 대신 이 30분은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다.

노트의 습관.
글감이 있으면 글이 술술 작성된다. 알게 된 것, 생각한 것들을 수시로 옵시디언에 기록하고 정리하자.

외부적 요소.
‘글또’라는 글쓰는 개발자 커뮤니티가 있다. 2주에 1번씩 글을 제출하는 것이 활동의 원칙이고, 소그룹으로 활동기간 동안 글을 잘 써내갈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한다.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환경

글또.
글쓰는 개발자 커뮤니티이다. 글 쓰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개발자로서, 사람으로서 같은 관심사를 갖은 사람을 두루 접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소모임에 참여하고 커피챗도 해보자.

넥스터즈.
혼자선 오래 뛰기 어렵지만, 마라톤에 참여하면 뛰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덩달아 열심히 달리게 된다. 년말에, 성장 하고자하는, 프로덕트를 만들고자하는 사람들이 모인 넥스터즈에 합류하게 되었다. 내년에는 넥스터즈에서 열정을 불태워 보자.

즐겁게 일하는 환경

슈카가 10년 동안 게임 공대장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이자, 억만장자 찰리 망거가 남긴 조언이다. 즐겁게 일하는 것이야 말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

  • 업무 책상을 잘 단장하기.
  •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기

맺으면서

연말을 맞이하여 resume도 업데이트했다.
2024년에는 어떤 페이지들이 채워질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