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4 ~ 24.09.20
24기 운영진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26기 운영진에게 인수인계하기까지의 기간이다.
넥스터즈와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돌아보며, 운영진을 활동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손이 가는대로 기록해보려 한다.
시작하기 전에 깨알 홍보하자면, 넥스터즈(NEXTERS)는 IT 연합 동아리로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모여 8주동안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COO가 되기까지
원래는 다음 기수 PM을 하고 싶었다.
물론 실제로 하게 되었다. (NEXTERS 25기 PM 회고록)
24기 뒷풀이 자리를 떠나려는 찰나에, 25기 CEO가 된 준열이의 간곡한 부탁으로 함께 운영진을 하게 되었다. 사실 준열이와 24기 활동 중에 거의 대화를 못했지만, 노션 자기소개서에서 유년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다는 공통 분모로 서로 내적 친밀감이 무척났다. 고민 끝에 ‘함께하면 또 재밌을거 같은데’는 생각이 들어 COO를 맡게 되었다.
넥스터즈 운영진의 포지션은 CEO, CTO, COO, CDO, CMO 총 5명의 C레벨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COO를 맡게 되었는데, 동아리의 재정과 장소대관을 책임졌다.
인수인계 받기까지도 실감이 안되었는데, 모임 통장에 돈을 전달 받고 예산안을 짜면서 내 포지션에 몰입하게 되었다.
웹사이트 리브랜딩
서버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발단으로, 웹사이트를 리브랜딩을 하게 되었다.
기존 웹사이트는 네이버 클라우드에 띄우고 있었는데, 크레딧 후원이 끊기면서 서버 비용을 우리가 계속 부담하기엔 부담스러웠다. Vercel에 배포하면 서버 운영 비용이 안들 것 같은데 말이다.
때마침 이번 운영진은 프론트엔드 개발자 3명과 디자인 2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겸사 겸사 기존 웹사이트에 아쉬운 부분을 개선하면서 리브랜딩을 하기로 했다.
“기왕하는거 인터랙션도 잘 넣어보자!”라는 욕망을 한가득 갖고 시작하게 되었다.
한 달(03.12~04.09)도 안되는 기간에 기획, 디자인, 개발까지 진행해야 하다 보니 의욕만큼 완성도가 따라와주진 못한 것 같다. 이곳 저곳 빠르게 타협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었다. 차라리 인터랙션 없이 깔끔한 레이아웃으로 콘텐츠를 잘 전달하는 것이 더 좋은 UX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었다.
framer-motion
으로 이런 저런 삽질을 하는데 대환장 파티였다. 디자인 기획과 다르게 애니메이션이 적용되기도 하고, MW에서 발생되는 성능 이슈로 결국 제외된 색션도 있었다.
그래도 Dora AI의 CTA 버튼을 클론하는 과정은 꽤나 재밌었다.
위 버튼 코드는 여기 참고하면 된다.
리크루팅 - 서류
웹사이트 개편이 끝나고 쉴 틈 없이 바로 리크루팅에 집념해야 했다. 신입 회원을 얼마나 받을 것이고 서류는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 것인지 정해야 할 것이 태산이었다.
400명이 넘는 개발자 지원자 가운데, 이번 신입 기수 개발자 티어는 22명이었다. 지원자 마다 지원서 + 깃허브 + 포트폴리오(선택) + 블로그(선택)을 살펴봐야하다 보니 효과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우린 서류 평가를 2단계로 접근하기로 했다.
1. 프로젝트를 8주 안에 완수할 수 있는가?
일종의 소거법으로, 적합하지 않는 지원자를 먼저 빠르게 탈락시키기는 것이다. 서류를 봤을 때 지원동기가 성의 없는 경우, 프로젝트 경험이 없거나 역량이 부족해 보이는 경우를 과감히 탈락시켰다.
지원자가 많은 만큼 이런 저런 케이스가 있었다. 지원서 질문에 부연 설명 없이 대답한 케이스, 접근할 수 있는 깃허브 링크가 없는 케이스, 프론트엔드 개발자인데 아무 경험이 없어 보이는 iOS로 지원하는 케이스…
첫 단계를 통과한 지원자들에 한해서 좀 더 세밀한 평가를 진행했다.
2. 함께 활동하고 싶은 인재인가?
이 단계에서는 넥스터즈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했다. 전문성, 협업, 경험, 성장, 자기주도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원서를 다시 한번 검토했다.
최종 합격자는 운영진 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 명이라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에는 해당 지원자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재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역량과 열정을 고루 갖춘 개발자들을 선발할 수 있었다.
‘서류’라는 큰 산을 넘겼더니 더 큰 산이 눈 앞에 쏟아 올랐으니, 바로 ‘면접’이다.
리크루팅 - 면접
면접은 인성, 협업, 직무 3가지 포인트에 대해 평가하기로 했다.
인성, 협업은 운영진이 평가를 진행하고, 직무는 메이저한 기업에서 3년이상 근무하신 분이 진행했다.
나는 프론트엔드의 기술 면접관을 했고, 다른 직무의 경우 이전 넥스터즈 기수 활동자 분 중에서 연줄이 닿는 분들을 특별히 모셔왔다.
내가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합격자의 서류를 보면서 2-3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각 질문에 대해서 1-2가지 꼬리 질문도 작성해보았다. 무난한 서류이지만 질문을 던지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완성도 높게 프로젝트를 완수한 것 같은데 어떤 기술적인 고민을 했는지 드러나지 않아 난감했다. 그럴 땐 공통 기술 질문 리스트에서 질문을 뽑아 보는 걸로 넘어갔었다.
처음으로 면접관으로서 리크루팅에 참여하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초반 기술 면접관으로 준비한 질문을 던지기 급급했고, 지원자의 답변에서 의미 있는 포인트를 캐치하지 못했다. 이후 인성, 협업 면접관으로 참여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기술 면접관분이 듣고 싶은 답변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검증하고자하는 포인트가 명확했기에 그런 자연스러운 임기응변이 나올 수 있지 않은가 싶었다.
이전에는 항상 면접자의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반대 입장에서 채용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좋은 팀원을 발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인지 체감하게 되었다.
후원 & 장소대관
면접을 진행되면서 후원 기업과 세션 장소를 확정지어야 했다.
후원과 장소대관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70명이나 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예산 내에서 8주 동안 매주 대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과제였다.
이번에는 특별히 카카오와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
운영진이 되고서 사내에 관련해서 접근할 수 있는 루트를 찾던 도중, 사내 동호회에서 알고지낸 분이 관련 영역에 종사하신 것을 알게되었다. 커피챗을 하면서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카카오는 기존에 학생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행사에 주로 후원을 했다보니, 직장인 대상의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조금 열려 있었다. 다행히 넥스터즈의 직장인 비율이 70~80% 정도 되다보니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다.
장소대관 관련 후원은 크게 2가지 형태로 받을 수 있었다. 회사가 소유한 공간을 대여해주는 형태와 공간 대관 비용을 지원해주는 형태였다. 전자의 경우 시설이 좋고 비용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대부분 주말에는 대관이 불가능했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공간 선택의 자유도가 높았지만, 후원금을 받고 정산하는 행정적인 절차가 필요했다.
모든 주차의 공간을 확보하기까지 우리는 20개가 넘는 장소를 검토했다. 각 세션의 성격에 맞는 공간을 찾아야 했고, 접근성과 편의시설도 고려해야 했다. 팀빌딩처럼 활동적인 세션에는 넓은 공간이, 발표 세션에는 좋은 음향과 영상 시설이 필요했다. 또한 주차와 식사 공간 같은 부가적인 요소들도 꼼꼼히 체크했다.
최종적으로 진행하게된 장소는 아래와 같다.
정말 감사하게도 여러 기업과 기관의 도움으로 모든 주차의 장소를 후원을 통해 확보할 수 있었다.
주차 | 장소 | 후원 형태 |
---|---|---|
1주차 - 팀빌딩 | 시민청 | 아산나눔제단에서 비용 후원 |
2주차 - 네트워킹 | 구름스퀘어 | 구름에서 공간 후원 |
3주차 - 기획 | 배민 테크살롱 | 지인 찬스 |
4주차 - UT |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 | 제로베이스에서 비용 후원 |
5주차 - 중간발표 | 배민 테크살롱 | 지인 찬스 |
6주차 - 넥밋업 | 서울창업허브 대강당 | 제로베이스에서 비용 후원 |
7주차 - 넥나잇 | 엘리스랩 | 엘리스렙에서 공간 후원 |
8주차 - 최종발표 | 명례방 | 아산나눔제단에서 비용 후원 |
아무래도 주차별 특성과 대관측 상황에 맞춰야 하다보니 매주 다른 장소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기왕이면 한 장소 고정된 시간으로 진행했으면 운영진과 활동 회원 모두 편했을텐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것 같다.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도 쌓을 수 있었다. 총 20개 넘는 공간에 대해서 고민을 했었는데, 이런 소중한 정보들이 다른 커뮤니티 운영진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추후 별도의 글로 더 자세히 정리해볼 생각이다.
정기 활동
8주간의 정기 활동을 기획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각 세션마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이 더 몰입하고 즐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네트워킹을 어떻게 진행할지.
레크레이션을 어떻게 진행할지.
상품은 무엇으로 준비할지.
장소 세팅을 어떻게 할지.
팀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떻게 도와줄지.
…
다 지나고 나서 생각이든 건, 운영 방안에 있어서 자유도를 최대한으로 열어주되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 것 같다. 뭔가 설명하자니 뜬구름 잡는 말이 계속 나올 것 같아 그냥 넘어가본다…
그래도 한 주차에 대한 내용만 기록해보자면, 6주차에 진행한 “넥밋업” 세션에 대해서다.
우리에게 새로운 시도였다. IT 커뮤니티 얍(YAPP)과 연합으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사실 이 결정을 두고 운영진 내부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8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내부 활동도 빡빡한데 외부 연합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연합으로 했을 때 컨퍼런스를 더 무게감 있게 진행할 수 있고, 더불어 다른 동아리와의 네트워킹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에 진행하게 되었다.
스스로 피드벡 해보면, 컨퍼런스는 성공적이지만 네트워킹은 아쉬움으로 남게 된 것 같다. 라포랩스의 홍주영 대표님과, 두들린의 이태규 대표님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마치 기연(奇緣)을 얻어 무림고수가 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는데, 그 기회에 집요하고 치열하게 부딪힌 대표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고, ‘나도 치열하게 살리라’ 자극을 받았다.
강연 이후에 레크레이션을 진행했다. 몸으로 말해요, 문제적 남자, 서비스 이름 맞추기 게임을 두 동아리에서 인원을 적절히 섞여서 진행하게 되었다. 레크레이션으로 아이스브레이킹 되어 이후 뒷풀이에서 자연스레 네트워킹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으나 그렇게 활발하게 이어지진 못했다. 정기 세션 이후 개인의 일정도 있고 프로젝트 개발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다들 여유가 없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해당 주차 세션을 준비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많이 들게 되었다. 체감상 다른 세션에 비해 4배 정도 리소스가 더 든 것 같다. 우리 운영진 내부에서 한번 얼라인 맞춰야 하고, 연합 회의에서도 얼라인을 맞춰야 했다. 또 넥스터즈는 5명의 운영진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반면, 얍은 열몇명의 운영진에서 그 때 그 때 소그룹으로 움직이다 보니 서로의 얼라인이 잘 맞춰지지 않아 시간을 조금 허비해야 했다.
아쉬움으로 남긴해도, 이번 세션의 협업은 나에게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다른 동아리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적으로 알게 되었고, 이런 저런 의사결정의 자리에서의 고민이 나의 시각을 더 넓혀 준 것 같다.
맺으면서
운영진 활동을 마무리하며 돌아보니, 이 모든 것은 동아리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24기 활동 때 운영진분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존경심을 느꼈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이 더 깊이 다가온다. 매주 퇴근 후 미팅을 하고, 주말마다 행사를 준비하고,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일들이 결코 쉽지 않았다.
사실 운영진 활동은 단순히 ‘열정 페이’로 치부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커리어적으로 도움이 되는 포인트도 있다. 연차가 쌓이면서 회사에서는 단순히 개발을 잘하기를 넘어서서, 리크루팅 면접관으로서 참여할 수 있길 바라고 조직 내 행사도 주최하면서 조직을 이끄는 역량을 요구한다. 이렇게 리크루팅 과정을 주최하고, 후원사를 발굴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민들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값진 수확은 역시 함께 동고동락한 운영진 친구들이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로는 서로 격려하며 힘이 되주기도 했다.
인수인계도 마치면서 우린 ‘전설의 우대 갈비’에서 시원하게(?) 회식을 했다. 주중에 운영진 회의를 마치고 강남역으로 가는 길에 항상 눈에 들어오면서 ‘우리끼리 저기 꼭 저기 레전드 갈비를 가서 회식하자’ 이야기를 나누곤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운영진으로서의 6달이 한여름 밤의 꿈 처럼 지나갔다.
이제는 또 새로운 기수들이 잘 운영되길 바라는 시니어 1로서 넥스터즈를 응원한다.